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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편의점 인간을 읽고

도서정찰제가 시행된 이후로 

주머니 사정때문에 책을 빌려 읽기 위해서 도서관을 종종 가고는 한다.


그다지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다음에 읽겠다는 마음으로 간간히 인터넷 서점에 들러 구매해서 포장을 뜯지도 않은채 보관하고 있는 책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좋은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소장된 장서 들과 신간들을 훑어보고는 했는데, 방문한 도서관에 추천도서로 여러권이나 입고된 이 '편의점인간'은 한동안 모두 대여중인 상태 였기에 몇달간 대여하지 못하고 다른 책을 찾아서 빌려오곤 했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여러권 입고된 책이 단 한권도 대여중이지 않을때가 없을 정도로 많이 읽히는 걸까? 집앞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체 편의점 인간이란 무언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때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최저임금을 받는 일에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불친절함을 더해서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근처에 요즘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는 조그만 도서관이 근처에 생겼기에 방문하여 새 책 같은 이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길지 않은 내용에 술술 잘 읽히는 문체, 잘 번역된 문장으로 인해 하루 남짓 여유시간을 들여 읽고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멋진 표현력으로 잘 묘사된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사람, 독특한 주인공을 통해 느낀 것은 생소함이 아니라 시대에 대한 공감이었고,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꽤 많은 감동을 느꼈다. 완벽한 메뉴얼이 있기에 편의점 점원으로서 보통 인간으로 된, 편의점 인간으로 '태어난' 주인공은 편의점 점원이 아니고서는 사회에서 보통 사람으로 있을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편의점 점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 세계의 부품이 될수 있었으며 그렇게 지금 태어났다고 느낀다. 


그러나 취직도 결혼도 하지 않고 편의점 직원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보통 사람이 아니게 되는 주인공 앞에 나타난 백수에 월세가 밀려 집에서도 쫓겨난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보통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집착으로 삶에 균열이 가게 된다.


18년간 일했다가 그만둔 편의점으로, 편의점 인간으로, 세상의 부품으로 돌아가는 결말은 복잡한 마침표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보통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은 어려운 질문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은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타인이 그 사람을 어떻게 보는 것인가에 대한 것은 아닌가 

결국 타인의 감정을 일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주인공의 몸부림은 처절하게 무너진다.


한편으로는 그 평범한 사람으로 생존하기 위해 세계의 부품이 되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겐 괴로움이 될수도 있는 변화없는 생활이라는 것에 행복함을 느낄수 있는 것,

어쩌면 현대에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통 인간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집착이 이해되기도 한다.


나도 보통 인간이 되고 싶다.


단순한 일과의 반복에 행복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