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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토모야 유키코의 소설로 책의 표지에 커다랗게 아쿠타가와 상 후보작이라고 쓰여져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느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 책을 읽게 된 시절 나는 무작정 일본 소설가들의 소설을 주로 찾아 읽었고,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면 무턱대고 읽기를 시작하곤 했는데, 때마침 사랑이라는 주제에 얻어걸려서 읽게 되었다. 일본 여류 소설가의 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약간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기에 조심스러운 첫만남이기도 했지만 생각외로 빠른 템포와 자연스러운 상황의 전환이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는 문체와 함께 탄탄하게 쓰여져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빨려들어가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기도 하다.


마치 제목만 보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할 것 같지만(특히 여류소설가라는 점을 함께 생각해볼때), 조울증에 걸린 것 같은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보이며 스스로의 격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행동과 표현을 보며,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근거림과 함께 내내 무대위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 배우를 연상하며 읽어가게 되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에서 박탈되어 가며 수면과다증에 빠져 현실에서 멀어져가면서도 그것이 단순함, 무력함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하는 야스코는 점점 조울증에서 우울증으로 변해간다. 결국 그 분노가 툭툭 터져 나오다가 결국 벌거벗은 채 눈 덮힌 옥상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5000분의 1초라도 기억해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쩌면 살아있음 그 자체만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제목과 가장 부합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 얘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과 이미 필요한 대부분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기력한 사회의 부속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우회적인 공감을 하게 만들어 여운을 남겨준다. 


글을 읽어가면서 야스코의 극단적인 일부의 행동들은 이해를 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볼수 밖에 없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경험을 느끼고 그저 덤덤하게 책을 넘기며 읽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살아 있는 것, 무기력하게 사회에서 소멸되어 사라져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살아가는 것, 그것에서 세상의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애뜻한 감정이 생겨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야스코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향해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한부 인생 같은 비겁한 장치를 통해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 어디선가 존재할 것 같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야스코의 인생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극적인 몇가지 이야기를 위한 장치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한번쯤 인생의 무기력함을 느낄때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 그것만으로 사랑스러운 일이다